해외 기술이전·합작투자에 승인 부담 지적
기업 82.4% 해제 찬성에도 심의 장기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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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정책 토론회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가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의료바이오 산업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합작공장 설립과 공동 임상 등 실질적인 협력사업 추진에 국가핵심기술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의 중심에는 2010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이 있다. 산업계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도입된 해당 규제가 10년 넘게 유지되면서 오히려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생산기술 상당 부분이 이미 상용화된 만큼 국가 차원의 보호 필요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규제에 따라 기업들은 해외 기술이전이나 합작법인 설립 시 정부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산업계는 이로 인해 해외 사업이 지연되고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후발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 해외 파트너와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해외 합작투자를 통한 생산기지 건설 등에 산업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나 신고 절차가 필요해 시간적·금전적 규제 비용과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며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에도 수입국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생산공정 관련 기술문서를 심사받아야 해 산업부의 통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도 "후발 기업, 특히 신생 바이오벤처들이 중국과 중앙아시아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중 합작공장 설립과 합작법인 설립, 공동 임상 등을 통해 중동과 중앙아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지만 현행 규제가 첫걸음부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해외 수출과 인허가 과정에서 최소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눈에 보이는 손실일 뿐,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사업 기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계 내부에서는 해제 요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내 톡신 기업 1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82.4%가 국가핵심기술 지정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 해제에 찬성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해외 진출 기회 상실에 따른 비용 부담(3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해외 파트너 설득에 드는 시간과 자원 소모(30.2%), 핵심공정과 균주의 보편화(27.9%)가 뒤를 이었다.
해제 요구는 이미 수차례 제기됐다. 업계는 2023년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요청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생명공학 분야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에서 지정 유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후에도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최종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대표는 해제 논의가 장기간 지연되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제약바이오 기업과 관련 협회가 오랜 기간 규제 개선을 요청했음에도 전문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해제 논의가 계속 보류되고 있다"며 "현재 적용되는 심사기간 단축 조치도 규제 존속의 명분만 제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툴리눔 톡신이 생물학적 독소인 만큼 기술 유출과 악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 내부에서도 국가안보와 기술 보호를 이유로 규제 유지를 요구하는 의견이 있어 해제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최 변호사는 규제의 실익보다 산업계의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묶어둬 얻는 국가적 이익은 별로 없는 데 비해 산업계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막대한 수준"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한중 제약바이오 산업의 진정한 협력을 위해서도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